개판이야기

나름 괜찮은 단어 '개우럭'...

HL3QBN 2015. 9. 6. 21:45

일반적으로 '개'라는 접두어가 들어가면 '하찮은'이라고 해석하면 대부분 무난합니다.(예를 들면 개자식,개팔자,개판,개망나니,개지랄,개차반 등등) 지만 '개'라는 글씨가 접두어로 사용되면서 나름 괜찮은 뜻을 가진 단어가 있습니다.그것이 바로 '개우럭'입니다.

 

대물우럭을 '개우럭'이라고도 하는데 잡은 우럭의 크기가 개만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통상적으로 50cm가 는 특대사이즈의 우럭을 일컫는 말입니다.양식우럭은 기껏해야 30cm밖에 안되지만 자연산 개우럭은 선상낚시와 주낙으로만 잡히는 귀하디 귀한 귀물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30cm급만 되어도 개우럭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일반인이 익히 알고 있는 '우럭'이라는 단어는 전국적인 방언으로 이 물고기의 표준말은 '조피볼락'이며 쏨뱅이목 양볼락과의 바다물고기입니다. 조피볼락은 어두운 곳을 좋아해 바위 밑이나 돌 주위에 많이 서식하며 몸 색깔은 대체로 회갈색이 많습니다. 조피볼락의 '조피(粗皮)'라는 말은 서식환경에 따라 변하는 조악(粗惡)한 피부에서 나온 말로 보입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조피볼락을 검어, 검처귀로 소개하면서 '언제나 돌 틈에 서식하면서 멀리 헤엄쳐나가지 않는다'고 습성과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의 전어지에는 조피볼락을 울억어(鬱抑魚)라 소개하고 있는데 '입을 꽉 다문 채 입질을 잘 하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서해에서 난다. 배는 불룩하면서 흑백의 무늬가 있다. 살은 단단하면서 가시는 없고 곰국을 끓이면 맛이 아주 좋다'고 하였습니다. 우럭이라는 이름은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속담에 '고집쟁이 우럭 입 다물듯'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는 입을 꾹 다물고 말도 않는 답답한 상황을 묘사할 때 쓰는 말입니다. 우럭은 활동성이 적고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한 물고기인데, 잘 낚이던 우럭이 조류나 주변 여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답답할 정도로 입질을 않아 생긴 말로 보입니다.

우럭은 우리 국민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횟감으로 또한 대가리가 크고 뼈가 단단해 매운탕으로도 인기가 많습니다.


우럭젓국은 충남 서산, 태안 지방의 향토음식입니다. 이 지방에서는 예로부터 말린 우럭이 제사상에 빠지지 않았는데 제사를 지낸 뒤 살은 찢어서 술안주로 먹고 남은 뼈나 생선전, 두부전 등을 함께 넣어 끓여 먹었는데 이것이 우럭젓국의 유래입니다. 우럭젓국은 소금 간을 하여 해풍에 꾸덕꾸덕해질 때 까지 말린 우럭을 쌀뜨물에 넣고 끓인 후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고 두부, 대파, 다진 마늘, 양파, 청량고추, 홍고추를 넣고 다시 끓여 먹는 음식입니다. 새우젓으로 간을 하므로 '우럭젓국'이란 이름이 붙었고, 쌀뜨물을 넣고 끓이므로 젖(乳) 색깔을 나타내 '우럭젖국'이라 부르기도 합니다.우럭의 큰 머리뼈와 간해서 말린 살에서 우러나는 뽀얀 국물은 곰국 이상으로 진한 맛이 있습니다. 짭조름하면서도 구수하고 개운한 맛이 은근히 깊은데 한 번 맛보면 빠져버리는 특별한 맛입니다.

 

'개'라는 접두어가 항상 안 좋은 뜻으로 쓰이는 것만은 아닙니다.원래 개란 동물은 충성스런 동물입니다.하지만 요즘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바글거립니다.각자가 개만도 못한 인간인지 아니면 쓸만한 인간인지 오직 본인만이 판단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재치(財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