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이야기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유래...

HL3QBN 2012. 12. 21. 10:47

‘이전투구(泥田鬪狗)’

 

:진흙 니   :밭 전   :싸울 투   :개 구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으로 원래는 사람의 성격을 빗 댄 말이었던 것으로, 두 가지 뜻이었다.

하나는 강인한 성격을 평하여 이르는 말이고
, 또 하나는 볼썽사납게 서로 헐뜯거나 다투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었다.
그러나 현대는 이 말이 아주 막돼먹은 싸움질이나 난장판을 비유하기도 한다

 

이 말은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도전이 우리나라 8(道) 사람의 특징을 4글자로 표현한 데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성계는 조선 건국(1392) 직후 정도전에게 각 지역 사람들의 품성을 평가하도록 명했다고 한다. 그의 ‘4자 품평’은 이랬다.

 

경기도 사람들은 ‘거울에 비친 미인과 같다’ 하여 경중미인(鏡中 美人)이라 했고, 충청도 사람들은 ‘맑은 바람, 밝은 달과 같은 품성’이라는 뜻의 청풍명월(淸風明月)이라고 표현했다. 전라도 사람들은 ‘바람에 하늘거리는 버드나무’ 같은 풍전세류(風前細柳)의 품성을 지녔다고 했다. 경상도 사람들은 '소나무와 대나무 같은 곧은 절개' 송죽대절(松竹大節))로 비유했고, 강원도 사람들은 '바위 아래 있는 늙은 부처' 암하노불(岩下老佛)로 표현했다. 황해도 사람들은 봄 물결에 던지는 돌이라는 뜻의 춘파투석(春波投石)에 비유했고, 평안도 사람들은 '산속에 사는 사나운 호랑이 같다'하여 산림맹호(山林猛虎)고 평가했다.

 

이제 남은 것은 태조 이성계의 고향인 함경도.

 

정도전은 잠시 머뭇거린다.

 

얼른 말하라’는 태조의 재촉에 정도전이 어렵게 말을 꺼내니, 그것이 곧 이전투구(泥田鬪狗)였다.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처럼 강인하다는 뜻이다.

자신의 고향 사람들을 개에 비유했으니 이성계가 기분 좋을 리 없다.

그가 언짢은 표정을 짓자 정도전은 ‘돌밭을 가는 소' 석전경우(石田耕牛)’와 같은 우직한 품성도

갖고 있다고 해 태조의 기분을 누그러뜨렸다고 한다.

 

이전투구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한자성어이기에 중국어에는 없는 모양입니다.

대신 ‘와리투(窩裏鬪)’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이는 ‘가축이나 짐승이 자기 우리 속에서 서로 싸운다’는 것으로 이전투구와 비슷하게 쓰인다. 내홍(內訌)도 같은 맥락이다. 같은 집단 소속 구성원끼리 서로 헐뜯고 싸우는 자중지란(自中之亂)을 표현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