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이야기

김두량의 흑구도(견도,긁는개)...

HL3QBN 2015. 8. 20. 22:09

김두량의 흑구도(견도,긁는개)...종이에 수묵,23cm x 26.3cm,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자는 도경(道卿), 호는 남리(南里) . 예천(藝泉)으로 조선 영조대에 주로 활동한 화원으로 산수 . 인물 . 영모 등에 두루 뛰어났습니다.영조가 발제한 삽살개그림을 그린 남리의 또다른 그림인 <긁는 개(견도,흑구도)>는 풀밭에 옆으로 누워서 가려운 곳을 긁고 있는 탐스러운 꼬리를 가진 개의 모습을 포착한 것입니다.그러한 동작과 털의 흐름을 한올 한올 가는 붓을 반복하여 표현함으로써 음영법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개의 표정 또한 실감나게 그려, 활달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필치를 생생히 보여줍니다. 반면 배경의 고목은 거칠고 재빠르게 표현하여 개의 섬세함과는 대조를 이루는데, <월야산수도에서 보여준 필치를 이 그림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은 검정개 한 마리가 심한 가려움을 참지 못해서 땅바닥에 나뒹굴 듯이 엎어진 채 뒷다리로 몸을 긁고 있는 광경을 스냅사진 찍듯 포착한 것 입니다. 이런 포즈는 제대로 그리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런데 남리는 치밀한 묘사력을 발휘하여 성공적으로 그렸습니다. 비록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개의 표정과 몸짓을 통해 마음까지 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초상화로 치면 인물의 정신까지 그려낸 격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림의 개는 주둥이와 꼬리가 깁니다. 수백 개에 달하는 털을 예리한 붓질로 생동감 있게 처리했으며 한올한올 가는 붓을 반복하여 표현함으로써 음영법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뒤틀린 몸짓을 따라서 털의 변화를 적절히 포착하여 표현하였습니다. 그래서 개의 머리 부분은 털이 짧고 반들반들하고, 등 부분은 곧고 가지런하며, 목과 배와 허벅다리 부분은 길고 덥수룩합니다. 화가의 세심한 관찰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리는 눈동자에 농담과 명암까지 넣어서, 가려운 곳을 긁을 때의 절묘한 표정과 심리를 날카롭게 잡아냈습니다. ‘어이구, 시원하다’고 눈으로 말하는 듯 합니다. 이는 그가 개의 생태는 물론 그 마음까지 잘 아는 사람임을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 주목할 곳은 또 있습니다. 개의 치밀한 묘사와 상반된 배경의 처리방식입니다. 수묵의 몰골법으로 거칠게 그린 나무와 잡풀들은 언뜻 보면 개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를 살려주는 보조 기법으로서는 그만이라 생각됩니다. 꼼꼼함과 허술함을 대조시켜서 개를 돋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허허실실의 허(배경)와 실(개)의 조화인 것입니다.

남리는 개그림도 초상화를 그리듯이 그렸습니다. 내면의 정신까지 표출하는 초상화의 전신 기법을 바탕으로 개의 심리까지 묘사하는 진경을 열었습니다. 이는 현실에 대한 세심한 관찰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치밀한 관찰과 연구를 토대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때, 효과는 극대화됩니다. ‘흑구도’는 뛰어난 관찰의

결실이라 생각합니다.

 

재치(財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