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이야기

혼자사는 시대, 예식장 줄고 동물병원 늘었다.(11월30일 조선일보 B1)

HL3QBN 2017. 12. 9. 10:19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통계
100세 시대 건강이 최고
스포츠 시설 140% 늘어 1위
커피점 뜨고, 주점·호프집 시들
저출산·혼밥족 급증
병원 중에선 산부인과만 줄고
여관 대신 펜션·게스트하우스
                  


/조선DB



대기업 간부로 퇴직한 김모(62)씨는 매주 한 차례 헬스클럽에서 코치로부터 근력 운동을 1대1로 배우는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받는다. 탁구장에도 일주일에 두 번 나가는데, 비슷한 또래 은퇴자 3~4명이 함께 코치로부터 레슨을 받는다. 최근엔 얼굴에 생긴 검버섯을 없애는 시술도 했다. 김씨는 “아프지 않고 오래 살려면 건강이 최고”라면서 “얼굴이 늙어보이면 손자 손녀도 싫어해서 피부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김씨처럼 건강과 외모를 챙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업체도 크게 늘고 있다. 탁구장, 배드민턴장, 단전호흡 교실, 승마 연습장 등 스포츠 시설 업체 수가 최근 3년 만에 140% 급증했다. 헬스클럽도 같은 기간에 41% 증가했다. 피부 관리 업소와 의료용품 가게도 각각 59%, 20%씩 많아졌다.

국세청은 29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100대 생활업종 현황’을 발표했다. 변화하는 사회와 경제 상황에 따라 ‘뜨는 업종’과 ‘지는 업종’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운동 시설 140% 늘고, 예식장 11% 줄고

국세청의 생활 업종 현황은 소비자들의 일상과 밀접한 소매, 음식·숙박, 병·의원, 전문직, 교육, 기타 서비스 등 100대 업종별로 사업자로 등록한 업체 수를 조사한 것이다. 작년 9월 기준 100대 업종의 사업체 수는 221만5232개로 2년 전인 2014년 9월(198만9239개)에 비해 평균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수 증가율이 평균보다 높으면 뜨는 업종, 반대이면 지는 업종으로 볼 수 있다.

업체 수 증가율 1위는 스포츠 시설(140%)이 차지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에 관심을 두고 운동을 하는 이들이 늘면서 관련 업체의 증가세가 뚜렷했다”고 말했다.

반면 청년 실업이 크게 늘면서 결혼을 늦추거나 아이를 갖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 탓에 타격을 입는 업종들도 나타났다. 결혼상담소와 예식장이 최근 3년간 각각 9%, 11%씩 줄어든 것이다. 산부인과 의원도 같은 기간에 4% 줄었다. 13개 진료 과목 병·의원 가운데 숫자가 줄어든 건 산부인과가 유일했다.

◇여관·모텔 줄고, 펜션·게스트하우스 늘고

100대 업종 가운데 업체 수 증가율 2위는 펜션·게스트하우스(89%)였다. 반면 여관·모텔은 최근 3년간 5% 감소했다. 내·외국인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숙소 형태가 달라진 것이다.

생활 속에 IT(정보통신기술)가 뿌리내리면서 희비가 갈린 업종들도 생겼다. 온라인 쇼핑몰 등 통신 판매 업체는 최근 3년간 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전제품 오프라인 판매점 수는 3% 감소했다. 골프연습장의 경우 실내 스크린 연습장이 49% 늘어난 반면 야외 연습장은 24% 줄었다.

현대 생활의 스트레스에 의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병·의원 중에는 신경정신과 의원 증가율(17%)이 13개 진료 과목 중에 가장 높았다. 전체 병·의원 증가율(7%)의 거의 2.5배였다.

밥을 먹은 뒤 커피 한 잔을 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커피음료점이 최근 3년간 73%나 증가했다. 반면 직장 회식에서 2차를 가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간이주점과 호프 전문점이 각각 16%, 10%씩 감소했다.

◇1인 가구 시대, 애완용품 전문점 80% 증가

50대 독신 직장 여성 이모씨는 애완견 두 마리와 살고 있다. 강아지 때부터 키워서 이제는 두 마리 모두 열 살이 넘었다. 이씨는 “개들이 나이가 많아지면서 잔병치레를 자주 하기 때문에 동물병원에 번갈아 데리고 다녀야 한다”면서 “바깥 나들이할 때 예뻐 보이게 하려고 옷이나 액세서리도 많이 사준다”고 했다.

1인 가구 시대를 맞아 강아지·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관 련 업체도 크게 늘고 있다. 애완동물 용품점은 최근 3년간 80% 늘었다. 업체 수 증가율이 100개 업종 전체에서 3위였다. 동물병원도 같은 기간 14% 증가했다. 동물병원은 병·의원 13개 진료 과목 중에 증가율 2위였다.

혼자 살면서 집에서 음식을 해먹지 않고 사먹는 경우가 많은 탓에 최근 3년간 편의점(37%), 패스트푸드점(24%)도 크게 늘었다.
금원섭,최종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