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이야기

강아지도 자식? 양육권 분쟁 결말은(12월2일 조선일보 B7)...

HL3QBN 2017. 12. 9. 10:01

강아지도 자식? 양육권 분쟁 결말은



결별 후 반려견 두고 분쟁 늘어 "법적으론 재산… 소송 성립 안돼"



애견 인구가 늘면서 이혼을 비롯한 이별 과정에서 개 양육권을 둘러싼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 조선일보 DB


1년간 동거했던 여자친구와 몇 달 전 헤어진 30대 남성 김모씨는 최근 이런 연락을 받았다. "함께 키우던 강아지가 중성화 수술을 했으니 30만원을 입금하라"는 전 여자친구의 전화였다. 그는 김씨에게 강아지 '양육비' 명목으로 매달 10만원씩 보낼 것도 요구했다. 동거 초 김씨가 데려온 강아지는 두 사람이 8개월간 함께 키웠었다. 김씨는 "헤어질 때도 여자친구가 강아지를 데려간다길래 서운했지만 양보했다"며 "엄밀히 따지면 내가 재산을 준 것인데 왜 내가 돈을 또 내야 하느냐"고 말했다.

개를 자식처럼 키우는 이들이 늘면서 동거 후 결별·이혼 과정에서 이를 둘러싼 갈등도 생기고 있다. 지난 5월 시댁과의 갈등으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친정에 머물던 성모(35)씨는 이혼 과정 내내 맘을 졸여야 했다. 이혼을 원치 않던 남편은 성씨에게 반려견을 볼모로 "마음대로 집을 나갔으니 키우던 개를 팔아버리겠다", "이혼하면 개는 내가 데려가겠다"고 말했다. 재산 분할이 마무리돼 개를 성씨가 키우기로 결정될 때까지 성씨는 남편이 개를 굶기거나 팔아버릴까 봐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법무법인 세광 정재은 변호사는 "개는 법적으로 재산이기 때문에 양육권 청구가 불가능하다"며 "혼인 기간이 길 경우 공동재산으로 분류되며, 대개 분양비를 낸 사람이나 주로 키우는 사람이 가지고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반려견은 사실상 먼저 데려가 키우는 사람이 임자"라며 "반대로 서로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떠밀다가 유기견 센터로 보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4월 캐나다에선 소송이 일어나기도 했다. 16년 만에 결혼 생활을 접기로 한 부부는 자녀 없이 개 여러 마리를 키우며 살았다. 아내는 자신이 개를 키우고 남편에겐 면접교섭권만 주겠다며 양육권 소송을 냈다. 판사는 판결문에 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부 중 누군가 버터나이프에 깊은 애착을 가졌단 이유로 내가 한쪽에 버터나이프 임시 소유권을 주고, 다른 편은 주당 1.5시간씩 버터나이프에 제한된 접근을 하도록 판결을 내려야 하나? 부부가 계속 법정 다툼을 이어간다면 개를 팔아서 수익금을 양쪽이 나누는 방법밖에 없다." 개는 개일 뿐 자식과 같은 지위를 가질 수 없단 말이었다.
유소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