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조구자도(花鳥狗子圖 : 꽃과 새, 강아지 그림」
이암(李巖,1499년~?). 지본담채 86×44.9cm <리움미술관 소장>
조선 중기 화가 이암(李巖)이 그린 '화조구자도'(보물 제1392호)는 하마터면 김일성 컬렉션이 될 뻔했었는데 삼성그룹의 이건희회장이 우여곡절 끝에 구입했다고 합니다.
명종 때의 문인(文人) 어숙권(魚叔權)이 지은 『패관잡기(稗官雜記)』에 의하면, 이암은 자가 정중(靜仲)이며 세종의 넷째아들인 임영대군(臨瀛大君, 1418~1469)의 증손(曾孫)으로 두성령(杜城令)이라는 작호가 제수되었으며 영모화(翎毛畵)에 뛰어났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암의 그림은 얼마 되지 않지만, 조선초기에 독특한 한국적 동물화(動物畵)의 세계를 펼친 인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강아지 그림에서 독보적인 경지를 이룬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암의 그림은 일찍부터 일본으로 전래되어 일본 무로마치[室町]시대의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여겨지는데, 한동안 이암이 일본인 화승(畵僧)으로 잘못 오해되기도 한 사실은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해 주고 있습니다.
꽃나무를 배경으로 새 한 쌍이 앉아 있고 벌과 나비가 날아드는 모습이 화면 중앙에 묘사되고 있으며, 나무 아래에는 강아지 세 마리가 한가롭게 놀고 있습니다. 세 마리의 강아지는 각각 다른 털 색깔과 행위를 보여 주고 있으면서도 한결같이 천진난만한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강아지 세 마리는 이암의 다른 그림에도 똑같이 등장하고 있어, 이 강아지들을 곁에 두고 애정 어린 눈으로 관찰하여 그린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각 소재들의 묘사와 구성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어 천진난만하고 평화로운 봄날의 분위기가 잘 살아 있도록 표현하였습니다. 개성적인 필치로 표현한 이 작품은 후대 영모화의 범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조선초기의 회화가 이미 독자적인 경지를 개척하고 있었음을 알려 주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강아지 하나하나의 표정들이 너무 천진스러워 한 편의 만화를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미소가 번지는 그림입니다.
다른 동물그림들과는 달리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그림인 만큼 발랄한 표현이 이 그림의 맛을 한 껏 더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
재치(財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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