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마재 생각

野雪 야설...들판에 내리는 눈

HL3QBN 2023. 9. 1. 20:21
♥탁마재 생각♥
 
野雪 야설...
들판에 내리는 눈


穿雪野中去 천설야중거
눈을 뚫고 들판 길을 걸어갈 적엔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어지럽게 함부로 갈 일 아니네

今朝我行跡 금조아행적
오늘 내가 걸어간 이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뒤 따라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된다네.


이 시는 조선 후기 임연(臨淵) 이양연(李亮淵·1771~1853)의 시 ‘野雪’(야설·들판에 내리는 눈)로, 그의 문집인 ‘임연당집(臨淵堂集)’에 실려 있습니다. 서정시 같지만 참으로 무서운 내용을 담은 시입니다. 시인이 들판에 내린 눈을 보고 읊은 것이지만, 그 내용중에 평생을 두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시인은 아마도 눈이 내리는 들판을 걸어가면서 지나온 발자국을 보았을 것입니다. 지은이는 별 생각 없이 이리저리 걸어 어지럽게 발자국을 남긴 모양을 뒤돌아 보면서 뒤에 걸어올 사람을 위해 반듯하게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내용을 강조했습니다. 이 말은 세상 사람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이면서, 자신에게는 스스로를 깨우치는 죽비같은 소리입니다.

이양연(李亮淵 1771~1853)은 전주이씨이며 세종대왕의 5번째 아들 광평대군 '이여(李璵)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문장이 뛰어났으며 성리학에 밝았다고 합니다.
동지중추부사, 호조참판 등을 역임했으며 벼슬보다 문인으로서 이름이 더 높았고 만년에는 후학 교육에 힘썼으며 늙어서도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침두서(枕頭書)', '석담작해(石潭酌海), '임연당집(臨淵堂集)' 등 많은 저서를 남겼습니다.

그의 호는 ‘임연(臨淵)’과 ‘산운(山雲)’ 두가지를 즐겨 썼다고 합니다.
임연의 글은 위의 야설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는 훌륭한 글도 많이 남겼을 뿐 아니라 사대부로서 농민이나 사회적 약자의 참상을 공감하고 아파하는 민요풍의 시도 많이 지었다고 합니다.

1948년 4월 19일 김구 선생이 해방된 조국의 분단을 막기 위해 38선을 넘으면서 이 시를 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백범 김구선생이나 서산대사가 지은 것이라는 글도 많지만 한양대 정민교수가 관련 논문을 발표하면서 이양현의 작시라는 것이 정설로 굳어졌습니다.

야설이라는 제목의 시는 무인의 처녀지를 통과해야 할 때나 어떤 행동을 처음 할 적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특히 뒤따라오는 길손이나 후손들을 어지럽게 하는 행동이라면 더더욱 신중해야 하며 한번 혼란해지면 그무엇으로도 바로잡기 힘들며 바로잡는다해도 물적 인적 시간적 낭비가 엄청날 것이며 또한 그로인한 상처가 아문다 해도 흉한 흉터가 오래오래 남을것이기 때문입니다...


탁마재 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