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이야기

겸재 정선, 추일한묘(秋日閑猫: 가을날의 한가로운 고양이)

HL3QBN 2015. 11. 20. 19:21
 

추일한묘(秋日閑猫): 가을날의 한가로운 고양이」--- 정선(1676~1759). 비단에 채색.  30.5×20.8cm. 간송미술관 소장

겸재 정선은 우리에게 '금강전도'(金剛全圖)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와 같은 진경산수화로 널리 알려져 있는 조선시대 화가입니다. 그는 진경산수화 외에도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초충도나 영모도, 화조도도 몇 점 남겼는데, 이 그림들은 겸재 정선의 섬세하면서도 원숙한 필치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매우 사랑스러운 그림들입니다

.

 '추일한묘(秋日閑猫,가을날의 한가로운 고양이)는 겸재 정선(謙齋 鄭歚)의 그림으로는 희귀한 여덟폭 영모화 중의 하나로 아주 귀한 그림입니다. 가을 볕이 따사로운 날, 연보라빛 겹국화 한 그루가 화사하게 피어 있는 뜰에 금빛 눈 검은 고양이가 방아깨비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꽃잎,그리고 고양이 털, 벌과 방아깨비 다리에 난 잔 터럭 하나까지 세밀하게 표현했습니다. 굵고 거친 필묘(筆描)와, 먹물이 줄줄 흐를 듯 흥건하게 배어드는 묵법을 호방하게 구사하는 겸재가 이런 그림을 그리다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방아깨비는 가을 방아깨비답게 진보라빛 배통이 날개 아래로 보이고, 더듬이는 고양이를 의식하고 있는 듯 날카롭게 세우고는, 언제든지 날아갈 수 있는 자세를 갖춘 순간이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고양이는, 금빛 눈에 초점을 좁히고 이 미물을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살피고 있는데, 겸재의 세심한 관찰력과 실물 그대로 그려내는 능력을 유감없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꽃잎의 줄기와 고양이 터럭 하나의 표현에도 세심한 주의를 보인 반면에 국화의 줄기와 잎은 윤곽선을 그리지 않고 수묵이나 채색으로 직접 대상을 그려내는 몰골법으로 재빠르게 처리했으며, 고양이의 몸도 윤곽 부분 이외에는 모두 흑백의 색칠로 일관하여, 거친 것과 세밀함의 극단적 대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고양이 등 뒤로 천연스럽게 뻗어나간 갯강아지풀 한 줄기나, 방아깨비 뒤 방동사니풀의 실감나는 묘사는 겸재 정선의 그림 대상 관찰이 얼마나 정교 · 세밀했던 가를 다시금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묘(苗)로서 70의 나이를 나타내고, 방아개비는 당(當)으로서 "마땅하다"라는 의미가 있으며 갯강아지풀은 노(老)로서 노인의 뜻이 있고 국화는 지조있는 선비를 말함이며 벌은 봉(奉)으로서 '떠받들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오행에서 검은색은 수(水)를 말함인데 이는 인체의 신장( 腎臟 ), 방광(膀胱), 귀, 뼈 등과 연결되며, 계절로는 겨울을 뜻하고 오행으로는 물(水)이 되고 지혜에 해당되어 힘과 지식을 상징합니다.

 

따라서 이 그림은 그림을 받는 분이 70대로서 학문과 예술 그리고 지혜를 두루 겸비한 대인(大人)으로서 주변으로부터 추앙과 존경을 받는 분이므로,  건강하게 장수함이 마땅하다라는 뜻이 들어있는 건강장수를 축원하는 작품이라 판단됩니다.

 

재치(財痴)...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