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이야기

다산 정약용은 '개고기 애호가'...

HL3QBN 2015. 9. 28. 17:14

다산이 50살이 되는 1811년(순조 11년) 정약용(丁若鏞)이 강진의 유배지에서 흑산도에 유배되어 있던 형님 정약전(丁若銓)에게 보낸 편지에는 개고기 요리법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나옵니다. 편지의 내용을 보겠습니다..(<다산시문집> 제20권)

보내주신 편지에서 짐승의 고기는 도무지 먹지 못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이것이 어찌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도(道)라 하겠습니까. 본도(本島)에는 야생 개가 수없이 많을 텐데, 제가 거기에 있다면 5일에 한 마리씩 반드시 드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본도에 활이나 화살, 총이나 탄환이 없다고 해도 그물이나 덫이야 설치하지 못하겠습니까. 이곳에 어떤 사람이 있는데, 개 잡는 기술이 뛰어납니다. 그 방법은 이렇습니다. 식통(食桶) 하나를 만드는데 그 둘레는 개의 입이 들어갈 만하게 하고 깊이는 개의 머리가 빠질 만하게 만든 다음 그 통(桶) 안의 사방 가장자리에는 두루 쇠낫을 꽂는데 그 모양이 송곳처럼 곧아야지 낚시 갈고리처럼 굽어서는 안 됩니다. 그 통의 밑바닥에는 뼈다귀를 묶어 놓아도 되고 밥이나 죽 모두 미끼로 할 수 있습니다. 그 쇠낫의 밑둥을 위로 향하게 하고 날의 끝을 아래로 향하도록 비스듬히 꽂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개가 주둥이를 넣기는 수월해도 빼내기는 거북합니다. 또 개가 이미 미끼를 물면 그 주둥이가 불룩하게 커져서 사방으로 찔리기 때문에 끝내는 걸리게 되어 공손히 엎드려 꼬리만 흔들 수밖에 없습니다.


[來敎云禽獸之肉。都不入口。此豈可長之道耶。本島山犬不啻千百。使我當之。五日一烹。必無缺矣。島中無弓矢銃丸。獨不得設爲罟獲乎。此中有一人。工於捕犬。其法作一食桶。其圓可容犬口。其深可沒犬頭。於其桶內四畔。徧揷鐵鐖。其形直如錐子。不可曲如釣鉤。於其桶底。縛以骨鯁或飯粥。皆可爲餌也。其鐖根高梢卑則犬納吻勢順。出吻勢逆。且犬旣含餌。其吻張大。四面受觸。遂爲所罥。恭伏搖其尾而已。]

정약용은 흑산도에서 육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형님을 위해 개고기를 먹을 것을 권유했습니다. 우선 산속의 개를 잡는 방법부터 설명하고 있습니다. 개고기 요리법에 대한 설명도 매우 구체적입니다.

5일마다 한 마리를 삶으면 하루 이틀쯤 해채(鮭菜)를 먹는다 해도 어찌 기운을 잃기까지야 하겠습니까. 1년 3백 66일에 52마리의 개를 삶으면 충분히 고기를 계속 먹을 수가 있습니다. 하늘이 흑산도(黑山島)를 선생의 탕목읍(湯沐邑)으로 만들어주어 고기를 먹고 부귀(富貴)를 누리게 하였는데도 오히려 고달픔과 괴로움을 스스로 택하다니, 역시 사정에 어두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호마(胡麻:들깨) 한 말을 이에 부쳐드리니 볶아서 가루로 만드십시오. 채소밭에 파가 있고 방에 식초가 있으면 이제 개를 잡을 차례입니다. 또 삶는 법을 말씀드리면, 우선 티끌이 묻지 않도록 달아매어 껍질을 벗기고 창자나 밥통은 씻어도 그 나머지는 절대로 씻지 말고 곧장 가마솥에 넣어서 바로 맑은 물로 삶습니다. 그리고는 일단 꺼내놓고 식초ㆍ장ㆍ기름ㆍ파 등으로 양념을 하여 더러는 다시 볶기도 하고 더러는 다시 삶는데 이렇게 해야 훌륭한 맛이 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박초정(朴楚亭:초정은 박제가(朴齊家)의 호)의 개고기 요리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每五日一烹則一兩日雖食鮭菜。豈至損氣。朞三百六旬有六日。烹五十二犬。足可以繼肉。天以黑山爲先生湯沐邑。使之食肉富貴。顧乃自受困苦。不亦迀乎。胡麻一斗。玆以付去。炒之爲屑。圃有蔥房有醋則於是乎坐犬矣。又凡烹法。懸而剝之。勿受塵芥。洗其腸胃。其餘切勿洗之。直納釜中。直以淸水烹之。旣出乃調醋醬油蔥。或再炒或再烹。乃爲佳味。乃朴楚亭之烹法也。]

 

다산은 5일마다 개고기 한 마리를 먹을 것을 권유하고, 들깨 한 말까지 보내주는 세심함을 보였습니다. 마지막 부분에는 자신이 설명한 요리법이 박제가에게 배운 것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개고기 식용에 관하여 심각한 갑론을박이 있는것이 현실입니다.각자의 의견들이 있을 수 있으나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도 존중해 주는 성숙한 문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재치(財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