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이야기

영혼없는 칭찬, 개도 알아챈다.(20160901 조선일보 B11)...

HL3QBN 2016. 9. 16. 16:28

영혼없는 칭찬, 개도 알아챈다

사람과 같이 사는 개는 주인이 하는 말의 뜻과 함께 그 안에 담긴 감정까지
알아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는 주인의 감정뿐만 아니라,
처음 본 사람의 표정까지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개의 뛰어난 共感 능력]
 

남편이 아내가 하는 말에 건성건성 답하다간 부부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 감정 없는 말은 금방 탄로 난다. 개도 마찬가지다. 잘했다고 칭찬하는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영혼 없이 대충 말했는지 개도 다 눈치 채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개가 주인의 표정만 보고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사람과 오랜 세월 같이 살면서 개의 눈치가 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공감(共感) 능력이 뛰어난 것일까.


진심으로 칭찬해야 뇌 보상 중추 작동

말뜻은 좌뇌,감정은 우뇌로 파악…
두 정보 합쳐서 최종 인식
진심으로 칭찬해야 개도 좋아해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대 아틸라 안디치 교수 연구진은 31일 “사람과 같이 사는 개는 주인이 하는 말의 뜻과 함께 그 안에 담긴 감정까지 알아낸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릴 예정이다.

연구진은 먼저 보더 콜리, 골든 리트리버, 차이니즈 크레스티드, 셰퍼드 등 4종의 애완견 13마리에게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 안에 들어가 7분간 가만히 앉아 있도록 훈련을 시켰다. 자연스러운 뇌 활동을 확인하기 위해 목줄을 걸거나 우리로 막지 않았다. 개들이 싫으면 촬영 장치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이 상태에서 개들에게 ‘잘했어’와 같은 칭찬하는 말과 아무 뜻이 없는 말을 각각 들려줬다. 동시에 말의 감정을 나타내는 어조(語調)를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형태로 각각 다르게 했다.

뇌 영상을 보니 좌뇌(左腦)는 어조에 상관없이 뜻이 있는 말을 들었을 때 강하게 작동했다. 사람도 말뜻을 따질 때 좌뇌가 작동한다. 반대로 우뇌(右腦)는 어조에 따라 달라졌다. 사람도 우뇌에서 감정을 다룬다. 특히 칭찬하는 말을 긍정적인 어조로 들려주면 청각 중추와 함께 만족을 할 때 작동하는 보상 중추가 작동했다. 즉 주인이 진심으로 칭찬할 때 기뻐했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말의 뜻과 감정을 각각 뇌의 다른 부분에서 파악하고 두 정보를 합쳐 최종적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처음 본 사람 표정 보고도 기분 파악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에서 뇌 촬영을 기다리는 애완견. 헝가리 연구진은 뇌 영상 분석을 통해 개가 사람의 말에 담긴 뜻뿐 아니라 감정까지 이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이언스

주인의 감정을 알아채는 데 말이 없어도 된다. 지난해 초 영국과 브라질 과학자들은 영국 왕립학회가 발간하는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개가 처음 본 사람의 감정까지 읽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애완견 17마리에게 다른 개의 얼굴 사진을 2장씩 보여줬다. 한 장은 즐거운 표정이고, 다른 쪽은 화가 난 모습이었다. 개 짖는 소리를 들려주고 어느 사진에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개들은 신이 난 듯 짖는 소리를 들었을 때 행복한 표정의 사진에 더 관심을 뒀다. 적대적으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었을 땐 화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람 얼굴을 보여줘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도 행복한 웃음소리를 들려주면 밝은 표정의 사진을 바라봤다. 즉 익숙한 주인의 얼굴이 아니어도 본능적으로 사람의 표정을 보고 기분을 알아챌 수 있다는 말이다.


길들여지면서 사람에 공감력 진화한 듯

/사이언스

사람과 개가 눈을 맞추면
'모성 호르몬' 옥시토신 분비
길들여지면서 공감 능력 생긴듯

개는 언제부터 이렇게 뛰어난 공감(共感) 능력이 생긴 것일까. 일본 아자부대학 기쿠스이 다케후미 박사팀은 지난해 4월 ‘사이언스’에 사람과 개가 눈을 맞추면 엄마와 아기가 서로 바라볼 때처럼 ‘모성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분비된다고 밝혔다. 옥시토신은 포유동물에서 자연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사회적 교감이나 부부애, 모성 본능을 촉진한다.

30분 동안 주인이 개를 쓰다듬거나 서로 마주 보게 한 뒤 개와 사람의 소변 검사로 호르몬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서로 마주 봤을 때 둘 다 뇌에서 옥시토신 호르몬 수치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늑대는 사람 손에 자라 유순해도 주인의 시선을 회피했으며, 옥시토신 수치도 변하지 않았다. 결국 개는 오랜 시간 사람과 같이 살면서 인간과 감정을 나누는 능력을 진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조선일보 20160901 B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