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이야기

외롭고 쓸쓸한 노후, '반려동물'로 건강 지키세요.(20170623 조선일보 C7)...

HL3QBN 2017. 6. 26. 07:47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이 기르던 풍산개 '마루'와 반려묘 '찡찡이'를 청와대에 데리고 들어간 데 이어 유기견 '토리'를 입양하기로 결정하면서 반려(伴侶)동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약 457만으로 전체 가구의 21.8%에 해당한다. 현재 약 1000만명으로 추정되는 반려동물 사육 인구는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계속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이란 용어는 노벨상수상자인 동물행동학자 K 로런츠 박사가 1983년 애완동물(pet)이란 말 대신 생을 함께 하는 동물(companion animal)로 인식하자는 취지로 사용을 제안하고 나서 널리 쓰이고 있다.

                  

반려동물은 은퇴자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준다. 은퇴 생활 중 신체나 정신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노인들의 심리나 건강 상태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또 반려동물 산업이 성장하면서 은퇴자들이 제2, 제3의 일자리를 찾을 기회도 늘어난다. 농협경제연구소 분석 결과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지난 2012년 9000억원 규모에서 2020년이면 약 5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반려동물 기르는 노인, 신체·정신적으로 더 건강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것이 어르신의 신체·정신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다양한 기존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면서 좀 더 건강해지는 현상을 반려동물 효과(companion animal effect)라고 하는데, 이는 개와 함께 살 때 두드러진다고 한다. 은퇴 후 노후에 반려동물을 기른다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또 무엇이 있을까.

미국 미주리대 연구팀이 작년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개를 기르는 60세 이상 노인이 개를 기르지 않는 노인보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등 주요 건강지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방문 횟수도 더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결과는 개와의 유대관계가 더 강할수록 보다 확실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운동량이 줄면서 다양한 노인성 질환에 걸리기 쉬워진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기르는 노인은 일상적인 밥 주기나 목욕시키기부터 산책과 놀아주기와 같은 신체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활동량이 늘어나 신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후 반려견을 입양할 경우 손이 많이 가고 활동량이 큰 견종보다는 노인의 보행 속도에 맞는 온순한 중간 크기의 견종이 낫다고 추천한다.

현대 사회에서 고독과 외로움은 전 연령에 걸쳐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지만 특히 사회적 관계와 활동이 위축되는 노년기의 고독감과 소외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영국 퀸스대 동물행동학 연구소의 웰스 교수 등이 노인 삶의 질과 반려동물 효과 간의 관계를 다룬 연구를 한 결과 반려동물과 지내는 노인은 반려동물 없이 지내는 경우에 비해 우울하다는 생각을 적게 느낀다고 한다.

반면 정서적 유대관계에서의 만족감, 심리적 안정감 등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 반려동물은 더 많은 사회적 관계를 맺을 기회를 제공하는데, 개를 데리고 산책할 때 이웃과 대화할 기회가 더 많아지고, 반려견 소유자 간에는 개를 매개로 친분이 쉽게 형성될 수 있다. 반려동물과의 유대가 정서적·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반려동물이 사람과 달리 무비판적이고 절대적인 충성과 사랑을 제공하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 산업,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

은퇴 후에 반려동물을 기르기로 결심했다면 이에 따른 책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아파트 거주인 경우 소음에 따른 이웃 간 갈등에 주의해야 하며, 외출 시는 반드시 목줄, 인식표, 배변봉투를 지참하고 반려동물 출입 금지 구역은 입장을 삼가야 한다.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으면 동물보호법에 따라 3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도 있다. 또 2014년 이후 반려동물 등록 의무화가 시행 중인 만큼 생후 3개월 이상 반려견은 반드시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반려동물 부양 인구가 많아지고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반려(애완)동물 관리사'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반려동물 행동조정사' 등 관련 자격증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평소 반려동물을 좋아하고 반려동물 케어에 관심 있는 은퇴자라면 직업적으로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반려동물 돌보미 양성'을 통해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곳도 있다. 부산시는 관내에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증 과정'을 개설하고 50~64세 장·노년자 중 희망자를 모집해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이수자들에게 관련 일자리를 알선해 준다. 수료자는 지역 동물병원과 연계해 반려견 도우미로 활동할 자격을 갖게 된다. 부산시에 따르면 작년 35명에 이어 올해 31명을 배출했으며, 하반기부터는 본 과정을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김치완 한화생명은퇴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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